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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국민농업포럼 상임이사

 

6월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1년의 국정운영을 평가하고, 촛불민심의 흐름을 가늠하는 자리이다. 19대 대선에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 요구가 분출했는데,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한다.

새 정부의 농정개혁 청사진이 부재한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농정 철학이 빈곤한 채 농민을 현혹하는 사탕발림 정책으로 이번 선거가 끝난다면 농정개혁의 골든타임을 또다시 놓치게 된다.

우리는 오랜 개방농정과 관치농정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박근혜 정부와 민선 6기 농정이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는 것이 농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이다. 경쟁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농정의 결과가 현재 농업․농촌의 위기를 키웠다고 믿는다.

농적 가치가 발현되는 지속가능한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농업, 농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새로운 세상을 기대한다.

 

패러다임의 전환과 새로운 비전

우리 사회는 새로운 도전과 체계 전반의 깊숙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저성장과 지방소멸, 저출산과 고령화,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속에서 국가 활력을 유지하고, 복지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어려운 시점이다.

과거 프레임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는 없다. 그 동안 지방정부는 중앙농정을 따라가기 급급했고 성장과 개발을 통해 지역문제에 대응했다. 그 결과 지역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자원은 계속 투입되는데 실패 확률은 높아지고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백화점식 정책의 나열이 아닌 새로운 가치와 비전, 철학이 무엇인지 유권자에게 먼저 설명해야 한다. 미래 어젠다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농업․농촌․먹거리의 위기가 임시방편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라 매우 절박하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방분권과 설계주의 농정의 극복

정부의 헌법 개정안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요 국정방향으로 제시했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토지공개념도 반영했다. 중요한 변화이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은 향후과제로 남았다. 지방분권은 재정권과 입법권 강화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중앙정부 주도의 설계주의 농정체계를 과감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중앙이 칼 자루를 쥐고 정책․제도․예산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지역의 자기 결정권 확보는 어렵다. 중앙정부가 구체적인 정책 매뉴와 지원조건까지 결정하는 방식에서 선진국처럼 어젠다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농업재정 개혁이 선결되어야 한다. 직불금 중심 농정이 가야할 큰 방향이라면 중앙 재정의 큰 틀을 바꿔야 지방정부도 가격에서 소득 중심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주체와 소득 문제 대응

지역농정의 핵심 현안은 주체와 소득 문제로 귀결된다.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다. 40세 미만 가구주 1%는 재앙적인 수준이다. 농업소득은 1천만원에서 20년 동안 장기 정체상태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중위 소득 가족농은 소멸하고, 여성농민은 정당한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중소농․고령농․청년농 대상의 소득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 농촌지역에서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적정 소득 목표를 설정하고 공익형 직불금, 공공급식, 로컬푸드, 6차산업화, 다양한 복지정책 등을 연계해야 한다. 또한 지역 단위의 농산물안정기금 설치로 자연재해와 급격한 가격변동에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

귀농귀촌, 특히 2030 청년세대의 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취농 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촌형 일자리의 취업․창업 지원을 늘리고, 성장 단계별로 정착과 독립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의 청년 창업농에 대한 지원과 별도로 지자체 차원에서 농촌의 공공형 청년 일자리에 대한 지원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

 

지역농정 프로그램의 확장

전통적인 농업․농촌 정책수단으로 위기극복이 어려워 보인다. 과거와 같은 공공기관과 기업 유치, 도시개발을 통한 지역 활성화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농업․농촌․먹거리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찾아야 한다.

정책의 범위를 먹거리(공급식, 푸드스탬프 등)-복지(보육, 돌봄, 복지전달체계 등)-생활(주택, 에너지, 지역공동체 등)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농촌지역은 민간투자 위축으로 의료, 교육, 보육, 주택, 에너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와 서비스가 절대 부족하다. 주민주도의 협동사회경제 활성화로 새로운 일자리를 발굴하고, 민간서비스 기능을 확충해야 한다. 초등학교-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운영, 거점 분만 지원센터 설치, 1시군 1의료협동조합 설치, 에너지자립협동조합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농협과 신협의 상호금융을 활용한 공적 연대기금 조성으로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고 민관 공동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농정추진체계의 개편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지방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역이 잘 할 수 있는 곳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관행적인 선심성 예산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변화에 따른 진통을 완화해야 한다. 쌀 중심, 대농 중심, 사업비 중심 농정체계와 예산구조를 소득과 직불제 중심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지역 경제와 영역을 파괴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도농간 상생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광역 생활권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귀농귀촌과 푸드플랜, 공공급식과 먹거리정책이 대표적이다.

중간지원조직의 확대와 공적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급식, 귀농귀촌, 마을만들기, 6차산업화, 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중간지원조직이 늘어나고 있지만 연계효과가 낮고 민간의 자율성이 부족하다. 각각의 전문성을 살리되 중간지원조직의 통합운영과 민간기능의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

협치농정을 활성화 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개혁의지도 중요하지만, 개혁의 동력은 민간에서 나온다. 단체장 직할의 농특위 구성, 농어업회의소의 전국 확대를 통해 민간의 농정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지역농정 계획의 내실화

올해 지자체별로 제2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 각종 법정․비법정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경우가 많고 실태조사→계획수립→실행→평가의 환류체계가 미흡하다. 올해 선출되는 지자체장의 첫 번째 임무는 제2기 농발계획에 지역농정 혁신전략들을 충실히 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처방은 정확한 진단에서 나온다. 완주군이 2016년부터 매년 관내 농업인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전국으로 확대하여 정확한 실태에 근거한 대상별 맞춤형 정책 개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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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6.13 지방선거와 지방농정 개혁 정책토론회' 토론문으로 발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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