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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기업 전세계 곡물시장 지배
농산물값 1975년의 3분의 1 수준
가족농은 경쟁할 수 없는 구조

농업부문 국제교역 예외로 인정
정당한 가격보장시스템 도입해야
‘대안농정포럼 기조발제’ 위해 방한한 마주아예 교수

프랑스의 투자회사 베그베데는 2년 전에 우크라이나의 농지 수만㏊를 임차했다. 베그베데는 농업과는 전혀 무관한 회사다. 이 회사가 빌린 우크라이나 농지의 연간 임차료는 1㏊(1만㎡)에 단 40달러(약 4만4천원). 현지 농부의 일당은 5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그베데는 공짜나 다름없는 농지에서 초저임금으로 생산한 밀을 t당 50~80달러의 헐값으로 국제곡물시장에 내놓고 있다.

“전면적인 농업 개방 이후 베그베데 같은 수천개의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이 전세계 곡물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1975년 이후 지금까지 농산물의 실질가격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어요. 도저히 생산비를 맞출 수 없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수천만 가족농이 파괴됐습니다. 저개발국의 수억 가족농은 기근과 실업으로 내몰렸지요.”

한국을 찾은 농업계의 세계적 석학인 프랑스 11대학의 마르셀 마주아예(사진) 교수는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세계적인 빈곤과 실업난의 뿌리를 1980년대 이후 농업의 자유무역과 그로 인한 농산물의 실질가격 인하에서 찾았다. 10일 열리는 ‘2012대안농정 대토론회’에서 초청강연을 맡은 마주아예 교수는 8일 서울 인사동 식당에서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소장과 대담한 데 이어 언론 인터뷰에 응했다.

“전세계 기아인구는 1996년의 8억2천만명에서 2008년에는 10억명을 넘어섰습니다. 가족농의 작은 농사로는 초국적 농기업의 헐값 공세를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가족 소농들이 도시 빈민층으로 빨려들어갔습니다. 지금 겪고 있는 비극적 상황은 1980년대 우루과이라운드의 농업교역 자유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작됐어요. 그러한 농업 자유화정책은 결국 소수의 다국적 농기업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이 최대 혜택을 입었습니다.”

그는 “지금의 국제농산물 가격시스템은 상위 10%만을 위한 살인적인 것”이며 “가족농은 초국적기업과 가격으로 경쟁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 나라별로 농민의 생산원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당한 가격보장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같은 나라들은 이런 기조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농업부문을 국제교역의 예외로 인정했던 1980년대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1945~1975년 사이가 전세계적 기근이 없었던 유일한 시기였습니다. 그때는 세가지 정책적 특징이 있었습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라마다 완전고용을 추구하고, 생산성에 비례해 적정임금을 유지하고, 농산물 가격을 충분히 지지하는 정책적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난과 기근, 실업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웃 나라끼리 공동농업시장을 창설해 내부 교역을 촉진하는 한편, 역내 가족농 보호를 위해 품목별로 적정 수입관세를 부과하자는 제안도 내놓았다.

“1997년 발간한 <세계농업사>에서 이런 주장을 폈을 때만 해도 현실성이 없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1980년 이후의 농업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그렇습니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유럽의 농민단체들 사이에는 공감대가 조성돼 있고, 유엔의 관련 국제기구들도 광범위하게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기근과 실업의 심화를 더이상 원치 않는다면, 새로운 농업질서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미국의 기조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요.”

그는 198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들이 농업교역 자유화에 나서면서도, 자국의 가족농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투 트랙’ 정책을 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가족농 보호를 위해 농기업의 규모화도 제한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농기업의 기존 농지 매입을 규제하는 농지소유제한법을 제정했지요. 농기업은 가족농의 평균 보유 규모 이상으로 기존 가족농의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또 미국과 유럽은 엄청난 농업보조금을 쏟아부었습니다. 유럽은 상당 수준의 관세장벽도 유지했습니다. 자국 가족농이 해체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보호했던 거죠.”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koala5@hani.co.kr

 
농업계 석학 마주아예 교수는
현대 농업 구조적 모순 해부…FAO 프로그램위 의장 지내

마르셀 마주아예 교수는 1933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민의 농업’이란 화두로 평생을 살아왔다.

1997년에 신석기 시대 이후 세계 각지 농업시스템의 변천사를 다루고 현대 농업의 구조적 모순을 파헤친 명저 <세계농업사>를 저술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농학자이자 생태학자인 르네 뒤몽(Rene Dumont)의 계승자로 프랑스 국립농학원 교수직을 맡았다가 2006년에 정년 퇴임했다. 지금은 프랑스 11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세계농업기구(FAO)의 프로그램위원회 의장을 맡은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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