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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김종덕 (경남대 교수/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회장)



오늘날 농업은 이전의 농업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전에는 농업이 자연과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농업은 자연을 극복하고, 지역을 넘어서는 농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제철에만 농사짓는 것이 아니라 사철 농사를 짓고, 지역의 특성을 넘어선 농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농업은 성격이 바뀌어 산업이 되었고, 농장은 공장이 되었고, 농민은 조립라인 노동자가 되었습니다.



농업을 변화시킨 산업형 농업은 영농에 공장수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산업형 농업의 확산은 지속가능성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토양과 기후, 종자에 기초한 지역농업을 붕괴시키고, 먹을거리 안전에 문제를 야기하고, 지역에 식량보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산업형 농업은 규모의 경제와 단작재배를 강조하여 생물다양성을 크게 줄어들게 했습니다. 슬로푸드 생물다양성 재단에 의하면, 1년에 27,000, 하루에 75종의 생물다양성이 멸종되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식량생물다양성의 75% 소실했고, 오늘날 세계 식사에너지의 약 80%12개 산업작물에 의해 공급되고 있습니다. 농업 유전적 자원의 70% 이상이 소멸되었습니다. 지구 생태용량을 넘어선 생태발자국을 초래했고,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농민들의 도산도 이루어져 전체 인구에서 농사짓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전체인구에서 농사짓는 인구의 비중은 미국이 1%, 일본이 2%, 우리나라는 4%수준입니다. 앞으로 그 비중이 더 줄어들 것입니다. 농민이던 사람들의 대거 도시로의 이농은 도시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도시의 실업문제는 농민이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형 농업의 확산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농업이 붕괴되는 살농업(agricide)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살농업의 피해자는 농민, 일반 소비자라 할 수 있습니다. 농민의 경우 생계의 근원인 일자리를 빼앗겼고, 농촌에서 뿌리 뽑혔고, 일반 소비자들은 문제 먹을거리를 섭취하면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온전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빼앗겼습니다.



살농업의 수혜자는 산업형 농업을 주도한 농기업, 종자산업, 곡물메이저, 식품산업, 병원, 의사 등이 수혜자입니다. 농기업은 각종 투입재, 기계설비 등으로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종자산업은 산업형 농업에 맞는 개량종자의 개발과 판매를 통해 이득을 누립니다. 곡물메이저, 식품산업은 산업형 농업으로 생산된 먹을거리를 가공, 유통, 판매함으로써 엄청난 이득을 누리고 있습니다. 살농업의 결과 식품안전이 문제가 되고, 문제의 먹을거리 섭취가 이루어짐으로써 건강수명이 짧아져 병원, 의사, 제약산업이 수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살농업의 수혜자들도 단기간에는 수혜를 볼 수 있지만, 농업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아 붕괴가 될 경우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농업이 붕괴되면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전국민이 먹을거리를 수입농산물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외화가 필요합니다. 외환이 부족한 경우 식량조달에 문제가 생길수 있습니다. 외환이 넉넉하더라도 식량공급국의 사정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식량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식량부족사태에 직면하게 되고, 기아, 식량폭동과 사회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의존은 식품안전에도 문제가 됩니다. 수입 농산물의 대부분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과정에 농약을 사용하고, 보관에 살충제, 방부제를 쓰며, 장거리 수송에도 방부제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수입농산물에는 농약이 잔류되어 있습니다. 또 수입농산물에는 안전성이 검증이 안 된 유전자 조작 농산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농업이 사라지면, 농업이 담담해온 비교역적 기능 또는 다원적 기능도 사라집니다.



농업 붕괴는 이처럼 엄청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농업붕괴를 막아야 합니다. 농업붕괴를 촉진하는 살농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이 자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럴러면 농경지의 감소를 막아야 하고, 땅이 살아 있게 하고,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하고, 농민들이 자기 직업에 보람을 갖고 농사를 짓도록 하고, 젊은이들이 기쁜 마음으로 영농을 계승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수천 년간 내려온 지역의 종자들을 잘 보존하고, 실제로 영농에서 그 종자들을 재배하고, 거기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든 지역음식이 자리하도록 해야 합니다.



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바뀌어야 합니다. 농민들은 소비자를 염두에 둔, 자신의 얼굴을 가진 농산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농업없이 먹을거리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농민과 함께하는 공동생산자가 되어야 합니다.



농민과 소비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이해관계를 같이 합니다. 농민과 소비자의 직접적 연결은 농민과 소비자 서로에게 이득이 됩니다. 농민은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제대로 된 값을 받을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보다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농산물을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농업을 지속가능하도록 하는데, 먹을거리의 생산자인 농민보다 먹을거리의 소비자가 더 많기 때문에 소비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 농업이 직면한 위기, 농민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소비자가 함께 할 때 풀 수 있습니다. 소비자도 단지 좋은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역할을 넘어 그러한 먹을거리가 생산될 수 있도록, 슬로푸드운동에서 말하는 공동생산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농정 패러다임도 농민 위주에서 농민과 소비자를 아우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농업정책도 농민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농업의 가치, 농민의 중요성에 기초하여 농업을 지키고자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농업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복원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은 생명의 보루이기 때문에 그것의 복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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