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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농특위'의 시대적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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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국민농업포럼 고문)

 

 

 

 

    지속가능한 농업·농촌 만들기 위해 각계 지혜 모아 사회적 합의 이뤄내야

 

 4월25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특위)가 출범한다. 1990년대 이후 세번째다. 처음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발족을 앞뒀던 세계무역기구(WTO) 시대의 중장기 농정방향 정립을 위해 1994년 6개월간 활동한 순수 민간자문기구인 ‘농어촌발전위원회’다. 두번째는 UR 후속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에 대응할 목적으로 2002~2008년에 운영된 민관합동자문기구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다.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농특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새 농특위가 ▲농어업·농어촌의 중장기 정책방향 ▲농어촌 복지증진 ▲환경보전 ▲자치·분권·자율 농정 ▲먹거리 안전 등 광범위한 사항을 협의하고, 그 실천계획과 추진사항을 점검·평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타 대통령 자문 요청사항을 협의한다’는 매우 방대한 기능을 농특위에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11년 만에 유사한 성격의 기구가 다시 등장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크게 달라진 국내외의 농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정책 대응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꽉 막힌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면 ‘돈 버는 농업’ 같은 안이한 성장지상주의 농정으로부터 지속가능 농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농정목표를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국민 삶의 질 향상으로 확장해야 한다. 국민 먹거리 안전, 농촌환경 보전, 농가소득 증대, 농가경영 안정을 포괄하는 차원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에 맞춰 농정의 영역도 넓혀야 한다. 농업·농민을 넘어 먹거리와 농촌으로 확대하고, 농정 대상에 생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미래세대까지 포함해야 한다. 또한 이제까지 대농에 집중했던 농정을 영세농·고령농·귀농인·여성농 등 다양한 영농주체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정책의 중점은 청년가족농 육성에 둬야 할 것이다.

 

 다양한 국제사회의 논의에서 지속가능 농정의 핵심요소는 농업·농촌의 다기능성·환경성(농업환경정책)·형평성(균형발전)으로 집약된다. 농업에는 상품으로서의 농산물 생산이라는 1차 기능뿐 아니라 공공재와 같은 비상품 산출기능이 수반되기 때문에 건전한 농업생산 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며, 이것은 오늘날 널리 강조되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 증진을 위한 전제조건을 이룬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들어나가려면 폭넓은 국민적 지혜가 필요하다. 농특위가 부여받은 시대적 소명은 이런 지혜를 모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농특위는 지나친 현안 위주의 의제 선정, 특정 이해집단의 독주, 관 주도 운영 같은 우려를 특히 유의하고 성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공유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정부·생산자·소비자·전문가 등 민관을 망라한 다양한 관련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농정 발전방향을 모색해나가는 범국민적 협의기구라는 본질에 맞춰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의견수렴에 집중해야 한다. 수적 우위를 과시하는 표결방식의 의사결정은 농특위의 설립취지를 훼손하는 일로서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5년이라는 농특위 활동기간을 감안한 중장기 운영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해야 한다. 적어도 5년을 전·후기로 나눠 전기는 문재인정부가 마무리해야 할 개혁과제, 후기는 보다 장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제도·시스템 개혁과제로 구분하는 등 사려 깊은 의제 설정이 농특위 활동의 최우선과제에 속할 것이다. 예민한 이해관계가 얽힌 제도개혁을 선결과제로 추진하면 자칫 농특위의 파행이나 기능부전(機能不全)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 칼럼은 농민신문(2019년 2월 20일)에 수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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