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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 농정 패러다임 전환론에 부쳐 

 

2016년 6월 28일 [한국농어민신문]

 

 

   
 

요즘 농정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논의가 무성하다. 패러다임이란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규정하는 인식의 체계, 이론적인 틀을 말한다. ‘농정 패러다임 전환’이란 말에서부터 ‘농정 개조’ ‘농정 경로 변경’ 등의 용어도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주의를 채택해왔고, 이는 농정에서 시장개방과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증대로 소득을 늘리고,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화와 경쟁력 있는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런 방식은 역대 정부 아래서 경쟁과 시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결합되면서 재생산됐다. 신자유주의 농정의 문제점에 대한 경고와 지속가능한 농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요구는 진작부터 있어왔지만, 이는 농정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16년 지금, 성장 지상주의, 경쟁력 위주 농정은 성장도, 소득도 해결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농업생산성은 증가했지만, 농업소득은 그보다 배나 감소했다. 실질적으로 농산물 가격은 제 자리 걸음인데, 소비자 물가와 생산재 가격은 몇 배 폭등했기 때문이다. 시장개방으로 수입이 증가하는 마당에 성장론에 따라 정부 자금이 시설에 투입돼 공급을 늘렸으니 가격 하락은 당연하고, 이는 농가부채 증가로 연결됐다. 가격이 하락하니 소득이 줄어들고, 도농간 소득비는 1995년 95%에서 이제 60%대로 급감했다. 정부가 지난해 마지막 남았던 쌀 마저 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한·중 FTA를 체결·발효하면서 농촌붕괴는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성장 제일주의, 경쟁력 지상주의 농정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농정 패러다임을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바꾸고, 농업 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위한 직불제 확대를 통해 농가소득을 안정시키라는 것이다. 지난 24일 농정연구센터의 ‘한국농업, 경로를 바꾸자’ 심포지엄도 이런 문제의식의 발로다. 이미 국민농업포럼을 비롯한 수십 개 농업관련 연구조직, 농민조직 등이 참여하는 대안농정 대토론회가 2011년부터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농정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GS&J 인스티튜트를 비롯한 또 다른 민간연구단체들도 ‘신시대, 신농업·신농정’을 제시하며 ‘농정개조’를 촉구하는 형편이다. 이념지향과 학문 바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범농업계가 큰 틀에서 농정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에 동의해 가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다만, 일부 논의 과정에서 수급 및 가격정책, 품목별 대책을 완전개방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방식으로 치부하는 견해는 성급해 보인다. 현재 농사를 지어서 올리는 농업소득이 호당 평균 1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안정적인 농업소득은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 안정적인 가격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직불제를 대폭 확대하거나 다원적 기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농정을 바꾸는 것은 타당하지만, 농산물을 시장에 맡기고 국가의 역할, 가격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농가의 소득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저가격보장 같은 가격정책, 계약재배와 주요 품목에 대한 수매 등 수급정책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근래 선진국 농정이 전에 비해 직불제를 단순화하고 가격지지를 축소하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소득과 가격정책은 병행되고 있다.  

품목별 대책과 가격정책이 여전히 중요한 것은 식량안보와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국가라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한다. 그렇기에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식량 및 주요 식품의 적정한 자급목표를 5년마다 세우고 추진하도록 의무화돼 있지만, 목표는 달성되지 못하고 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다. 식량안보를 위해서도, 농가소득을 위해서도, 재정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국가의 의무는 방기될 수 없다. 

최근 정부의 직불제 개편 논의가 오히려 직불금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실상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직불금은 쥐꼬리이다. 농업관련 기관단체들과 토목·시설·농자재업체·컨설팅업체들에 흘러가는 농업예산의 타당성 여부는 보지 않고, 몇 푼 안 되는 쌀직불금을 문제 삼으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이런 행태를 볼 때, 패러다임 전환은 생산주의 농정, 그리고 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해온 먹이사슬을 그대로 온존시키면서 각각의 정책을 따로 놓고 논의할 게 아니다. 농업의 가치,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농민들에게 당연히 지급해야 할 직불금 확대에 인색한 정책풍토부터 뜯어고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패러다임 논의의 출발이고, 그래야만 농민의 동의도,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국민적 합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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