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은 生命입니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먹거리의 소중함을 담은 국민농업헌장 제정을-
김경주 전 대한영양사협회 회장, 국민농업포럼 공동대표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며 그것을 조리하여 음식을 만들고 먹는 행위를 합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식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이 되게 하는 “食”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농업은 단지 우리의 건강과 생명유지를 위해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에 대한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을 통해 자연과 동식물의 생명에 대한 감사함을 배우고, 그것을 키운 사람의 노고는 물론 수확에 대한 기쁨 등 풍요로운 마음을 갖도록 해주는 정서적, 철학적, 교육적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食” 과 “농업” 에 대한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하루도 먹는 행위를 하지 않으면 건강과 생명을 잃는 사람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사항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 및 재해로 인한 식량부족과 먹거리의 해외 의존으로 인한 식량자급률 하락, 빈번한 식품안전 문제의 발생, 관세화를 통한 쌀 개방과 FTA 확대 등으로 인한 우리 농업·농촌의 어려움 등 “食”에 대한 불안한 현실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食과 농업’에 대한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이러한 문제 해결의 출발이자 핵심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먹는 행위는 단순히 음식물을 통해 영양분만을 섭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먹는다는 것은 먹을거리가 준비되는 과정인 농수축산업과 식품공장, 음식점 등은 물론 자연, 사회, 문화, 경제적인 모든 분야의 뒷받침이 되어주는 식생활환경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건강교육이 필요하다면 인간의 최고, 최대 욕구인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식생활 전반의 환경과 먹을거리 및 농업에 대한 지식을 높이고 소중함을 느끼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제가 공부한 대학의 창립자는 의학을 공부한 의사이셨지만 인간의 진정한 삶의 질을 생각해볼 때 “병든 사람의 병을 고치기 이전에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라는 생각에 일찍이 영양과 식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食은 生命이다” 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食”을 영위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먹지 않고, 영양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죽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의 생명처럼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 食이 곧 生命이다” 라는 것은 이러한 고귀한 생명과 생활을 지탱하여 주고, 건강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고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기본이 “食”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와 함께 자연계의 일원인 인간과 동식물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땅, 자연, 그리고 살아있는 생명에서 얻어지는 “먹을거리”는 위대한 것입니다. 먹을거리의 위대함과 소중함, 그것의 근원이 되어주는 농업은 인간의 생명과 같은 존엄 그 자체입니다. 농업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할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빼놓을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농업이 가지고 있는 그 가치에 대한 본연의 자리를 확인하고 분명한 자리 매김을 할 때입니다. 농업을 통하여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여, 국민이 믿고 안심하며 먹는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국민과 국가의 행복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농업은 국민과 국가의 행복이며 인간의 생명 그 자체입니다.
이에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와 먹을거리의 소중함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형성과 사회적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방안으로 국민 모두가 食과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올바른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안내하는 길잡이이자 국민생활지침과 같은 ‘국민농업헌장’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근원인 농업과 농촌을 국민이 주체가 되어 지속가능하게 가꾸는 일이야 말로 우리 사회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국민농업헌장’을 통하여 국민 모두가 식생활환경을 건강하게 조성하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함께 나서길 희망하며, ‘국민농업헌장’ 제정에 각계각층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