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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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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 통일농수산 사무총장 (국민농업포럼 이사)

 

역사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에서 ‘평화번영의 달’로 기억할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었고, 6.12 북미정상회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건으로 한반도에 전쟁 종식 및 평화 번영의 큰 길이 놓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역사를 하나하나 떼어놓고 무게를 달 수 없지만 그래도 두 사건 중에 더 무게 있는 사건을 들라고 하면 나는 6.15 남북공동선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것은 긴장과 엄혹함의 무게 때문이다.

2000년 6월13일에 극도의 긴장 속에 평양에 들어간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회담을 열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①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올해 8 · 15에 즈음하여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경제 협력을 통하여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 문화 · 체육 · 보건 ·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⑤ 남과 북은 이상과 같은 합의 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이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김대중 김정일 두 정상의 상봉과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문이 있었기에 오늘의 4.27 판문점 선언이나 6.12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했다. 비록 중간에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이 있기는 했지만 6.15가 돌고 돌아 오늘의 6.12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우리네 통일농수산의 남북공동영농도 6.15 남북공동선언이 있어 가능하였다. 2000년 7월4일 통일농수산 창립은 6.15 선언에 용기를 얻어 한 것이었고, 2004년 금강산에 들어가 삼일포협동농장에서 시범사업을 하게 된 것도 6.15 선언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정상간 만남이나 선언은 결과일 뿐, 그것이 가능했던 근원적 힘을 잊으면 안된다. 그것은 1987년 6월혁명과 2016년 촛불혁명이다. 1987년 6월혁명으로 전두환 군사정권을 몰아내지 못했다면 과연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 가능했을까? 2016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을 몰아내지 못했다면 오늘의 4.27 판문점선언이나 6.12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했을까?

전쟁 종식과 평화 번영은 절대로 거저 주운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은 지난 70년간 전쟁과 이념 대결을 겪으며 수백 만의 죽음과 고통을 겪었고, 지난 70년간 평화 통일을 위해 싸워왔다. 오늘의 평화 번영은 숱한 인명 피해와 민중 투쟁의 결과물로 얻어진 것이기에 값지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평화(平和)라는 글자는 벼(禾)가 모든 사람의 입(口)으로 공평(平)하게 들어가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평화란 남북 주민 누구나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먹거리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남한과 절대적 먹거리 부족 상태의 북한이 함께 만들어갈 평화는 험난할 것이다. 어쩌면 지난 70년 외부의 적을 향한 대립과 투쟁은 쉬웠을 수 있다. 앞으로 만들어갈 우리들의 평화, ‘좋은 음식을 누구에게나’ 향유하게 만드는 과정이 더 어려울 것이다. 내 가정, 이웃을 넘어 내 동포에게 나눔을 허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결국 이런 답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 나눔과 사랑. 위아더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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