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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기와 녹색의 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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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인(대화문화아카데미원장)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자마자 터진 2001년 9.11테러와 2012년 3.11후쿠시마재앙,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등은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삶의 위기에 대하여 우리는 과연 절절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고 얼마나 진지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OECD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자살률, 교통사고 사망률 등 비자연적 사망자 수치가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여러 데이터들이 입증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반생명적이고 비인간적인 실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죽음과 죽임의 실태’가 공론화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 있다. 압축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라는 자족감에 젖어있던 산업화와 민주화세력 모두에게 공공성찰(common reflextion)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을 향한 누구를 위한 산업화와 민주화였나?

국정기조는 여전히 경제중심의 패러다임에만 갇혀있으며 사회 전영역의 시장화와 인간의 상품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다른 한편 전 세계적인 양극화와 이중화(dualisation)현상, 그리고 이에 더한 한국사회 특유의 과두화현상과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공동체의 와해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와 비관적 전망의 논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의 뜻과 마음을 모아 갈 방향과 중심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4년 4.16 이후, 대한민국의 그늘이 막상 드러나면서 비인간적이고 반생명적인 우리사회의 실상 앞에서 지배층에 대한 불신, 집단적 자괴감과 사회적 긴장이 점증하고 있다. 위정자들은 정치를 비효율로 보고 정당은 정체성을 잃고 대선캠프가 되어 버린지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여의도 의사당은 국민들의 일상적 삶과는 너무도 멀리 있다. 언론매체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바른 소통의 기능보다는 이익집단화 해가는 추세이다. 공공성과 리더쉽 위기야 말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2014년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맞춰 뉴욕 중심가에는 50여만 명의 인파가 모여 ‘우리들의 지구“를 구해 달라고 벌인 시위가 있었다. 사실 지구는 ‘우리들’이고 우리들의 자손인 ‘다음세대’를 의미한다.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4도 이상 올라가면 제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고 다음세대들은 기후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 난제를 풀어 갈수 있으리라는 가냘픈 기대를 갖게 하는 중요한 정치적 모멘텀은 2015년 말 파리에서 열리는 최후의 협상인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일파만파의 비극적 재앙의 징후들을 내다보면서도 한국의 파워 앨리트들은 그 심각성에 대하여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는 이제 더 이상 환경(Umwelt)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생명의 문제다.

 

문명론적 생태학자들은 만일 우리가 지구의 생명체를 여전히 돌보지 않는다면 지구는 더 이상 자생적 회복력이 없으며 미래에는 지구에서 생명이 번성 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국내에서만 보아도 꿀벌의 사라짐, 중부지방의 가뭄과 수자원고갈, 사막화현상 등은 생태계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은 현상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는다. 다른 한편 친환경적 대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지 않고 핵에너지에만 의존하려는 한국의 현실, 역시 심각한 문제다. 한·중·일 세 나라 인근에는 세계 원전의 20%가 모여 있으며 앞으로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이 완공되면 15년 후에는 총 200여기가 한반도 주위에 들어서게 되어 세계원전의 30%가 집결하는 원전과밀지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원전이 도시와 해안의 인구밀집지역과 인접해 있고 편서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한국은 주변국의 원전사고에 취약하여 원전사고 시 대량의 피해가 예측된다고 한다.

 

당면한 생태계의 위기, 이중화와 양극화, 민주주의의 후퇴 등 인간적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중층적인 삶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 길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의 시대정신은 우리 모두에게 근본적인 삶의 방향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생명가치를 중심으로 평화로운 공생을 지향하는 녹색의 길을 어떻게 열어 갈 수 있을까? 20세기의 대표적 생태사상가인 토마스 베리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일을 위해서는 우리 영혼의 깊은 곳에서 변화가 일어나야한다.”

과학기술도 중요하지만 이일은 기술로만 될 일이 아니다. “기술은 오히려 우리를 배반했다.” 각자가 깨어나서 우리 자신의 삶속에서 행동을 취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성스러운 현존으로서의 우주를 위대한 어머니로 경외하는 새로운 눈뜸과 자연과 야생으로 부터의 메시지를 읽는 감성과 어머니 지구에 우리의 마음을 모으고 살아갈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즉 “우리의 보는 능력과 비전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제 화폐가치 못지않게 생명을 중심 가치로 국정기조가 바뀌어야 한다.

대화문화 아카데미가 만든 새 헌법의 전문에도 국가는 생명과 안전을 보위하기 위해 존립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녹색의 새로운 사유와 실천으로 삶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실행과제로 양식있는 시민들에 의한 공론장을 영역별로 지역별로 마련할 것을 제안해 본다. 이러한 공론장에서 선거기간만의 유권자(Voter)로서가 아니라 주권자로서 일상의 정치, 삶의 정치를 활성화해야 할 때이다. 시장에 끌려 다니는 소비자가 아니라 주체적 생활자로서 삶의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삶의 위기에 대응하는 이러한 원외의회성격의 풀뿌리 시민회의체는 대의정치의 한계와 거리정치의 단속성을 보완하는 혼합민주주의로의 정치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공론장에서 우리 모두의 새로운 눈뜸과 깨달음, 그리고 다중의 지혜를 모아가는 과정에서 녹색의 새 길이 열리리라는 희망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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