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물가지수를 100으로 상정할 때 2024년 2월 품목별 물가지수가 과실 162.9, 채소 132.0입니다. 과일은 계절의 편차가 있어 때때로 이 지수가 120을 넘을 때가 있었어도, 이 정도로 치솟은 적은 드물었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숫자는 2년여 전인 2022년 7월 석유류가 기록한 158.3이죠. 정확한 통계를 찾고픈 분들은 통계청 KOSIS 자료를 보시면 됩니다. 이 자료에서 '조회설정'으로 시점과 품목들을 바꿔가며 조회하면 최근 50여년간의 물가 자료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2년 여전 물가 상승을 수요 견인보단 공급쪽에 영향이 있단 의미에서 '공급발 인플레이션' 혹은 직접적인 가격 인상 항목을 꼽아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라고도 불렀는데요. 그렇다면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기후위기발 인플레이션'이라고 불러도 무리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아직 이런 표현이 국내에선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2년 전만 해도 거꾸로 '기후위기 대응이 인플레이션을 조장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죠. (물론 과일, 채소 정도 가격 올랐다고 전체 물가에 얼마나 영향 미치냐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과일 채소가 전체 물가지수 산정시 반영되는 '가중치'가 26.1/1000으로 높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과일, 채소 가격은 다른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에 반영되고, 지금 정도의 높은 상승률은 물가 전반에도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그럼 이제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대파 파동의 진정한 의미는 '기후위기발 인플레이션의 시작'입니다. 기후위기가 이상기후 뿐 아니라 농수산물 생산량의 변화, 물가 등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이런 추세는 내년과 후년엔 더욱 심화될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요. 이번에 정부는 과일, 채소 가격에 놀라 1500억원의 자금을 풀어 납품업체 단가 지원(755억원), 농수산물 할인쿠폰 지원(450억원), 과일 직수입(100억원), 축산물 할인(195억원) 등에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반짝 할인의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판도가 바뀌는데 대증적 요법만 쓰는 셈이죠. 의미있는 대응을 하려면 이제라도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바뀐 기후에 맞게 농업 전략을 리뉴얼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죠. 바로 기후위기 대응입니다. 산업, 발전, 교통, 냉난방 등 모든 부문에 있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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